#갤러리기체
권현빈 황원해 2인전 《Here, Me》
11/16일까지
삼청동 갤러리 기체는 저와 #아이아트유 샘들이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기체가 있는 거리도, 기체의 벽돌집도, 전시장도, 전시도 다 좋아서요^^
기체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유망주들의 전시가열립니다. 그래서 젊은 작가에게 관심을 갖고 계신분들이라면 꼭 들러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곳이에요.
기체의 전시 《Here, Me》는 권현빈, 황원해 작가가 세계를 인식하는 출발선입니다. 그 세계는 독립적 주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세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나를 보여줍니다.
권현빈 작가는 ‘돌’을 재료로 작업하는데, ‘돌’과 사랑에 빠진 작가라고 해요. 작가에게 돌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일상에 깊이 연관된 사물이고 사건의 흔적들입니다. 작가는 돌로 아름다운 추상을 만들기도, 열린 풍경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황원해작가의 추상작업은 도시 건축물, 공항 그리고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장소’에서 벌어지는 관계, 사건들을 감각하고, 화면에 펼쳐내는 ‘확장된 신체’입니다. 다층적 장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을 물감을 붓고 흩뿌려 작업합니다.
두 작가의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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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는 세계를 인식하는 출발선이다. 그리고 물리적 신체가 발 딛고 서 있는 시간, 장소는 나의 정신이 세계 안에 위치 짓게 되는 좌표가 된다. 이번 전시는 권현빈, 황원해 두 작가가 다루고 있는 물질이나 장소가 단순한 사물, 공간이 아니라 일정의 상호작용 안에서 이뤄지는 사건의 흔적이자 연속이라는 점을 부각해 살핀다. 또한 작가들이 각각의 매체와 작업 방식 안에서 무게를 두는 것은 ‘대상과의 거리’이다. 이는 사물이나 장소를 작업의 토대로 삼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재현적 형식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나타낸다. 그래서 이들의 작업과정은 작가의 ‘신체’를 매개로 대상 안에서 무엇인가 스스로 의미를 생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권현빈 작가의 돌(석회암) 작업은 여기, 나와 연관돼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 흔적을 드러내는 행위다. 그는 정해둔 도안을 따라 돌을 조형하는 방식에서 벗어난다. 일정 두께로 돌을 자르고 평평하게 갈아내, 그 위에 선이나 도형을 새기는 건 정교한 행위다. 하지만 돌을 깨고 잉크를 흘려 돌 자체의 성질에 맡기는 건 우발성을 부른다. 작가는 줄타기하듯 정교함과 우발성 사이를 오가며 거리를 조율한다. 그에게 조각은 물리적 개입으로 의도된 사건(관계)를 만들고, 다른 한 편으론 일괄해 작품 제목으로 정한 <물루>가 의미하듯 그 과정 안에서 대상 스스로 되어지도록 틈을 만드는 일이다.
‘돌’은 작가에게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돌’은 그 자체로 작가가 나고 자란 과정 뿐 아니라 현재도 일상에 깊이 연관돼 있는 사물이고, 사건들의 흔적이다. 벽에 평평하거나 모로 세워 건 돌조각들은 각기 완결된 오브제가 아니라 무수한 행위의 궤적과 사건들이 잔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얽혀 있는 열린 풍경이다.
황원해 작가의 추상 작업은 도시 건축물, 공항 그리고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장소’에서 벌어지는 관계, 사건들을 감각하고, 화면에 펼쳐내는 ‘확장된 신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작가가 선택하고 있는 장소는 일시성 안에서 마주하는 도시적 삶의 단편들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다. 그는 장소들을 발판 삼아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 사이를 넘나들며 얽히고 설킨 에너지의 이동, 또 그와 연관돼 벌어지는 사건들의 궤적을 상상한다. 유사 신체로 전이된 화면에는 운동성과 시간의 흔적이 어지럽게 남겨진다.
지금, 여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장소는 작가의 관점에서 주체의 정신이 세계로 삽입되는 플랫폼이자, 현재 삶의 방식이나 방향성을 드러내는 기표다. 장소는 작업의 종착점이 아니라 물리적 외피(막) 너머 비물질적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다. 따라서 그의 작업과정은 질서 있게 선을 긋고, 면을 구축해가는 형식적 치밀함이 아니라 물감을 붇고 흩뿌려 불연속적이고 우연적인 운동성을 체화하는 일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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