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
5/11일까지
최재은의 개인전 《자연국가》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조각, 설치, 건축,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K2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아트유 선생님들과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아주 오래되고 편안한 산책로를 마주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이었습니다.
작가는 오랜 관심사인 ‘숲’을 다채롭게 해석합니다.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은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됩니다. 작가는 현재 거주하는 교토의 동네 숲을 산책하며 다양한 낙엽과 꽃잎을 주워 모은 후, 이를 재료로 물감의 안료를 만들고 캔버스에 칠합니다. 분홍색과 황토색, 옅은 갈색의 범주를 오가며 재현이 불가능한 고유의 색채를 보여주는 각각의 화면은 작가가 거닐었던 숲의 가장 정직한 초상의 추상화인 셈인것입니다.





회화 표면에는 숲 속을 거닐면서 들었던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리는 그대로 음차해 흑연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Sar r r r r〉(2025)는 늦가을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는 소리이며, 〈Hu u u u〉(2025)는 숲 너머의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산울림 소리입니다.



K2의 2층 전시장에서는 숲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텍스트, 조각, 영상 등 다변화된 매체를 통해 보여줍니다. 전시장의 바닥에는 최재은이 직접 쓴 시 〈나무의 독백〉(2025)을 설치, 자신이 숲 속에서 조우한 나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며, 전시장 벽에 걸려있는 황금색 나뭇가지 조각과 어우러져 숲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한편 전시장 안쪽에서는 영상작품 〈Flows〉(2010)가 소개됩니다. 거대한 고목의 밑동을 느리게 360도 회전하며 보여주는 이 영상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남기는 물리적 주름의 현현과 그 숭고함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K3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진행해 온 ‘DMZ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지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최재은의 DMZ 프로젝트는 〈자연국가(Nature Rules)〉의 단계로 진입해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생태 회복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DMZ 내부의 생태 환경은 애초 작가가 가졌던 환상과는 달리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작가는 여전히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비무장지대에 나무 종자를 품은 직경 3–5 센티미터의 자그마한 ‘종자 볼 (seed bomb)’을 빚어 드론으로 뿌리고자하는 계획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매일 숲을 산책하며 수집하고 말린 꽃잎으로 제작한 병풍 안에는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 있고, 관람객은 작가가 만든 웹사이트에 들어가 DMZ의 지도를 살펴보며 자신이 원하는 구역에 맞춰 ‘종자 볼 기부 약속’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100원에 한 개의 종자 볼을 기부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프로젝트 안에서 종자 볼은 구체적 방법일 뿐만 아니라 DMZ의 숲을 회복하는 과정에 수많은 참여자들을 결속시키는 매개자의 역할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 일종의 플랫폼을 ‘새로운 유대(New Alliance)’라 명명했는데, 어떠한 경계 없이 전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지난 70여 년 동안 정치적으로 파편화된 DMZ 일대가 자연의 주권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생태 환경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인간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죠. 제 작업은 희망이에요. 가능한 한 많은 작가들이 생태에 대해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나간다면 세상은 조금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을 얘기하는 작가의 작업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꼬오옥 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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