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랑을지로
임수범 Solo Exhibition
《그건 아마 가장 작은 세상일지 몰라》
26. October - 23. November 2024
밤새 굳은 몸을 인지하고 힘겹게 뜬 눈에 보이는 작은방의 풍경은 아직 푸르스름하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임이 분명하다.
매일 눈을 뜨면 늘 그랬듯이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서부터 심장과 가장 멀리 있는 신체를 차근차근 움직이기 시작한다.
몸을 풀어주는 이 순간은 하루 중 가장 내가 나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때이고, 그 작은 움직임이 새삼 신비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몸이 풀릴 즈음, 작은 창밖은 멀리 산 너머로 서서히 뜨는 해의 붉은 색조로 물들어 간다. 잔잔히 들리는 아침의 새소리와 함께 붉어지는 주변의 풍경을 창 너머로 멍하니 바라본다. 멀리 떠오르는 태양을 통해 시간이라고 명명하는 어떤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인지한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그리고 그것을 인지하는 존재. 그 안에서 문득, 아득히 멀어지는 인지 바깥의 세계를 상상해 본다. 신체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원자,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이 공간과 그 너머에 방대하게 넓어지는 거대한 우주. 가장 작고, 또 가장 거대한 세계를 우리가 볼 수 없듯이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하루를 온전히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바깥의 세계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다.
불명확한 생각들은 모이고 또 흩어지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해체하기를 반복한다. 그 끝에 우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작고, 또는 거대함의 구분이 사라진 하나의 세계 안에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느낀다. 모든 걸 인지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조화의 순간은 더 따뜻할지 모른다.
내가 나로서 이 공간 안에 살아가는 가장 따뜻한 시간.
이 경이로운 시공간은 우리를 어떤 상황으로 인도할지 모르는 일이다. 아마 수 많은 사람들은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우리에게 주어진 의문을 품에 안고 살아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세계 안에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 방대한 세계의 궁금증을 고이 접어 하나하나 수놓아 그려낸 세계. 그건 아마 가장 작은 세상일지 모른다.
글. 임수범
아라리오갤러리 단체전에서 만나고, 인상깊었던 임수범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던 임수범 작가의 ‘가장 작은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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