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파운드리서울의 첫 그룹전 《Cell Strugg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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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서울
그룹전 《Cell Struggles》
5월 31일까지
이태원 파운드리 서울에서 첫 그룹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가 굉장히 흥미로워요. 게다가 지금 한남동과 이태원은 좋은 전시 풍년인데요, 파운드리 서울의 전시는 5월 31일까지이니 놓치지 마세요. 압구정선생님들과 방문했는데 참 재밌게 봤어요. 설명해주신 매니저님 감사드립니다. *^^*
-파운드리 서울의 《Cell Struggles》은 인간과 자연, 기술과 감정, 과학적 발견과신화적 상상력의 교차점에서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지속성에 대한 질문을던지는 다섯 명의 젊은 여성 작가들을 조명한다.
생명 활동의 최소 단위인세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는 유기적존재로, 이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 존재와 사회의 역동성을 반영하는메타포로 작용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내면적 갈등, 개인과집단 혹은 인간과 자연 간의 대립,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긴장과 투쟁은세포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분열, 변형, 성장, 소멸하는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는 다섯 작가가 제시하는서사를 통해 이러한 상호작용을 다각도로 탐구하며, 인간 존재와 생명의현재와 미래를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1. 아나스타샤 코마 (Anastasia Komar)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나스타샤 코마(b. 1986)는 예술과 현대생명공학의 경계에서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실과 인간의 다층적인 경험을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과학적 발견과 신화적 상징을 교차시켜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작가는 다양한 맥락에서 등장하는 생명체의재생 능력과 회복력에 관심을 가진다. 코마의 작업은 짧고 생동감 있는붓질로 구현된 아크릴 회화와 난초나 뱀처럼 뻗어나가는 형상을 한정교하게 가공된 폴리머 조각을 결합하여, 생물학적, 과학적, 기술적연구와 신화적, 역사적 참조를 융합한다. 작업의 몸을 이루는 주요 형식인아크릴 회화는 자연 세계의 보이지 않는 구조와 유기적 흐름을시각화한다. 이를 감싸는 단단한 폴리머 조각은 시선을 방해하는듯하지만, 회화 표면과 공생적이거나 기생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상호작용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감각적 층위와 물리적 층위가 질서속에서 맞물려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우리 세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인간과 자연, 과학적 진보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코마의 작업은 단순한예술적 표현을 넘어, 현대 기술 발전이 불러일으킨 인간의 복잡한 경험과감정을 조명하며 생명 윤리와 존엄성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한다.
2. 에피 완이 리 (Effie Wanyi Li)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피 완이 리는 신체와 정신, 감각과감정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탐구합니다. 작가에게 신체는 단순한 물리적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각의 장(場)이며, 감정과 사고가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는 공간입니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트리거 포인트’에 주목하는데, 특정 트리거 포인트가 활성화되면, 균열과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중국의 침술의 원리와도 연결됩니다. 침술이신체의 특정 지점을 자극해 에너지 순환을 촉진하고 흐름을 정상화하며자율신경계를 조절해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작가의 회화또한 감각과 감정이 만나는 접점을 탐구합니다.
3. 페르난다 갈바오 (Fernanda Galvão)


상파울루·파리 기반으로 작업을 하는 페르난다 갈바오는
관찰과 공상 과학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미래 식물 생태계를구현한다. 작가는 색채와 형태를 통해 생물학을 은유로 삼아 엔트로피와재생, 즉 혼돈과 회복, 해체와 재탄생의 서사를 암시하는 장면을제시한다. 최근 갈바오의 작업은 식물이 기억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개념에서 출발하며, 특히 맹그로브 해안선을 상상 속 재탄생의 공간으로묘사하는 작업들이 이를 반영한다. 작품 제목은 페미니스트 소설가 어슐러K. 르 귄(Ursula K. Le Guin)의 ‘어스시(Earthsea)’ 세계관에서 영감을받아 만들어진다. ‘어스시’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바다 중심의 세계로,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며 마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그곳은 단순한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마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그리고 조화의 철학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갈바오는 주로 오일 스틱,목탄, 파스텔을 사용해 깊은 코발트 블루와 흙빛 브라운, 핑크 톤이나타나는 식물의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특히, 식물의 물결치는 곡선과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구조를 과장함으로써 식물과 인간 신체 간의 연결과유사성을 암시한다. 갈바오의 회화는 태양광이나 지평선이 없는 상황에서전개된다. 이로 인해 캔버스 속 식물들은 마치 공상 과학 소설 속의 이세계(異世界)적 환경에서 기원한 듯 호기심을 자아내며, 동시에 작가 고유의신화적 내면 풍경을 드러내 보이는 듯 하다.
4. 도현희 (Hyunhee Doh)



서울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현희(b. 1996)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감각과 기억이 축적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한지를 통해 시각화한다. 한지가 물을 머금고 주름지며 흔적을 남기는 과정은 세포의 성장과소멸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 역학과 닮아있다.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생성된 흔적들은 일시적이지만, 일부는 축적되어 새로운 형태를만들어낸다. 한지 위에 남겨진 주름과 흔적은 감각적 변화, 더 나아가 정체(正體, identity)적 변화를 물질 속에 담아내려는 시도이며, 도현희의작업은 이를 통해 시간과 존재의 문제를 탐구한다. 작가는 시간이라는추상적 개념을 자아 탐구의 방식으로 활용하는데, 한지에 분채와 아교로색을 입히고 씻어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감각적 경험이 변화하는 과정을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한지는 물을 머금고 주름지며, 흔적이쌓이고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지난 10년간 동양과 서양, 그리고 디지털세계를 오가며 체득한 감각은 기존의 시간성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한지위에서 색을 입히고 씻어내는 행위는 마치 세포가 환경에 반응하며적응하고 변화하는 과정과 닮았으며, 이렇게 남겨진 흔적들은 감각과기억의 축적물이자 변화하는 정체성의 단면이 된다.
5. 오묘초 (Omyo Cho)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묘초(b. 1984)는 생물학과 과학에 대한관심을 바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해 SF적 서사를 구축하고, 이를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시각화한다. 글을 통해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속에서 작동하는 존재들을 물질화된 형상으로 구현함으로써 가상의비전을 보다 구체화한다. 2021년 뇌과학자와의 협업을 계기로 기억의전이 및 대리 감각 현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 SF 소설<누디 할루시네이션>(2025)을 집필하며 비물질적인 기억을 물질적인조각으로 번안하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특히 ‘바다달팽이의 기억 전이실험’에서 영감을 받아, 기억과 감정이 데이터화되어 유통되고 타인의기억을 편집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미래 사회를 제시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지상이 오염되어 심해로 이주한 새로운 지성체들이 살아가는세계에서, 기억은 사회적·경제적 자원이자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로재정의된다. 이러한 상상은 글쓰기에서 조각과 설치로 확장되며, 유리와금속 같은 물질을 통해 기억과 신체, 시간의 흐름이 서로 얽히고 변화하는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문학 평론가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Jameson)은 SF 소설을 “미래의 고고학”이라 묘사하며, 상상된 미래를발굴해 현재의 복잡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오묘초의 작업 역시 인류의흔적을 넘어서는 상상을 통해 삶의 연약함과 지속성에 대해 숙고하고,존재와 환경의 경계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오늘날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작가들은 각각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감정, 기억, 생명력, 변화 등을 표현하며, 지속성과 갈등,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파운드리서울